글을 써보려 합니다.

글을 써보려 합니다.

2021년 여름이었나, 별 뜻 없이 매일 매일 일기를 썼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그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나봐요. 3달 짜리 단기 인턴을 위해 겨우 얻은 좁다란 방 한 구석에 누워서, 잠들기 직전에 사진과 노래를 고르고 글을 매일 매일 써내렸습니다. 어떤 날은 분노가 많았고 어떤 날은 행복이 많았어요. 그래도 우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는 그렇게 하루를 돌이키고 간직하는 것이 사소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인턴을 끝내며 일기를 쓰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휴학을 하고 회사도 다녀봤습니다. 정신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너덜거렸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나의 모습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우울하다가도 행복하고, 그러다가도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그리고 결국 다시 우울해지는— 어딘가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다시 일기를 쓸 수 있는 때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약도 먹어보고 가끔은 일기도 다시 써봤어요. 일기를 쓰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그때 그때 트윗을 써서 기록하는 것도 해봤어요. 그 무엇도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기를 몇 달, 서울에서 한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깨달았습니다. 내가 변한게 맞구나. 일기를 써서 행복했던 게 아니었구나.

깨달음보다는 인정에 가깝겠습니다.

그러고서는 우울할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바보같은 짓이었음을 눈치챘을 때에는 너무 늦었더군요. 몸은 지쳤고 정신은 너덜거렸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일기를 쓴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음을 이미 알지만, 뭐라도 해보려 합니다. 일상이나 생각, 개발 이야기나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에 이전에 올렸던 일기까지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써보려고요.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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